누명
이것은 한 편의 영화다. 역사물 말이다. 잠자고 있던 한국힙합을 깨우고 누명을 뒤집어쓴 버벌진트의 이야기 잠자고 있던 한국 힙합씬을 깨우고는 질투에 찬 음해세력의 음모와 편견에 부딪혀 누명을 뒤집어쓴 랩퍼/작곡가 버벌진트(Verbal Jint). 스스로 마지막 정규작이 될 것이라고 밝힌 [누명]을 통해 그는 `그녀에게 전화 오게 하는 방법`과 `Favorite`을 부르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진중하고 기품 있는 자세로 힙합씬에서의 치열했던 지난 몇 년과 지금의 환멸, 그리고 삶의 아이러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주의하라, 제목 [누명]을 단순히 `버벌진트가 뒤집어쓴 누명`으로 한정 짓는 것은 그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힙합`이라는 단어가 처음 사용되던 때부터 지금껏 `힙합`이 뒤집어썼던 모든 누명들에 관해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23트랙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DISC 2까지 포함하면 35트랙)에도 불구하고 본 앨범이 담고 있는 버벌진트만의 독창적이고 날카로운 랩, 작곡 감각과 기획력은 처음부터 끝까지 청자로 하여금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한다. `망각`, `편견`, `누명`과 같은 연주곡은 기존의 힙합 프로듀서들의 비트메이킹과는 확연히 다른 작법과 정서로 새로운 깊이를 제공하며, 아찔할 정도로 현실적인 그의 고해상도 랩을 좋아해 왔던 `버벌진트 랩 애호가`들에겐 `1219 epiphany`, `The Grind`, `불`을 추천할만하다. MC 메타(Meta), 넋업샨, 키비(Kebee), 더 콰이엇(The Quiett), 이센스(E-Sens), 스윙스(Swings), 비솝(b-soap), 웜맨(Warmman), 본(VON), 아이엔씨(INC), 영국(youngcook), 산(San), 조현아가 우정 출연하여 앨범의 깊이와 넓이를 더해주었다. 그러나 결국 보도자료란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듣고 느껴라. 거대한 소울(soul)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