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빛
희망의 빛. 운명이라는 것은 파란불에 길을 건너도 질주하는 트럭에 치여 몸을 흩어지게 하는 것, 그리고, 당신이 나의 손목에 성의 없이 걸어둔 붉은 실은 나의 피부를 뚫고 혈관이 되기까지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나는 당신의 시신(적어도 나의 세상에선 그렇게 되어버린)을 보고 넋이 나가 울지도 못하고 당신을 누인 관의 조그마한 틈을 비집고 들어가 어깨에 기대어 잠에 들었다. 우리는 이제, 적어도 사람은 아닌 것 같아. - 데이먼스 이어 ‘희망의 빛’ 은 집착과 연민으로 뒤엉킨 사랑의 고통을 써 내려간 기록, 자신을 떠난 연인을 잊지 못해 부르는 노래. 고통으로 가득 찬 상념의 이야기는 우리가 사랑했던 시절로 다시 돌아가 그 순간을 반복하길 간절히 바라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다. 나와 너의 사랑이 허망하게 끝나며 욕망도 애증도 불탄 듯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그 사이에는 너와 나의 좁힐 수 없는 슬픔의 불균형이 존재한다. 너는 나를 잊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아직도 눈꺼풀 속에 너를 새겨두고 매일같이 과거의 너를 보고, 돌아올 너를 기다린다. 사랑이 촉발하는 순간 인식됐던 모든 감정들은 아직 고스란히 내 속에 남아 몰두한다. 나를 떠난 너는 미지의 존재가 됐지만, 나는 우리의 과거 속 살아있는 나를 사랑하는 너를 붙잡기 위해 오르페우스처럼 깊은 어둠 속을 파헤쳐 간다. 나의 감정은 그저 이별의 슬픔이란 간단한 단어로 이야기할 수 없다. 이 복잡하고 모호한, 미쳐버린 마음은‘희망의 빛’을 좇는다. 데이먼스 이어가 우리에게 묘사하고 불러주고 싶었던 것은 이별 후 폐허처럼 무너진 마음이 아니라 사라진 너를 되돌리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다. 파괴된 사랑의 잔해를 줍고 죽어버린 사랑 속에 죽어버린 것과 마찬가지인 너를 되살리려 안간힘을 쓴다. 이 지독한 사랑과 참혹한 노력, 그리고 조금은 경쾌한 사운드스케이프가 만들어낸 미묘한 분위기는 마치 한없이 눈물을 흘리던 끝에 모든 눈물이 소진되고 말라버린 상태로 기절하듯 잠들었다가 깨어난 것 같다. 그렇게 다시 울고, 그토록 부르짖던 이름의 네가 다시 나에게 다가와 달콤하게 두 팔 가득 안아주는, 나는 울음을 참고 그 몸을 껴안는 이뤄질 수 없는 행복하고도 비참한 꿈. 우리의 이별은 그냥 단순하게 끝나는 슬픔이 아니다. 그 뒤의 인생은 대체로 계속해서 슬퍼진다. 데이먼스 이어의 나긋한 목소리와 잔해처럼 흩날리는 기타 리프는 마치 짙은 밤 슬픔의 인도자 같다. 그의 목소리는 우리를 이끌고 우리는 사랑이 남긴 그림자를 붙잡기 위해 손을 뻗고 간절히 엉엉 울며 달려 나간다. 우리는 살아있는 한 영원히 사랑 속에 갇혀 사랑의 수많은 죽음과 부활을 목도하며 너무 사랑한 자의 비극을 써 내려가게 될 것이다. - 조혜림 ( 음악콘텐츠기획자 /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의원 ) – ㅣCreditㅣ Executive ProducerㅣAkashic Records. Lyricsㅣ데이먼스 이어 Damons year Composedㅣ데이먼스 이어 Damons year Arrangedㅣ혼닙 Honnip AG/EGㅣ혼닙 Honnip MIDI Programmingㅣ혼닙 Honnip Drumㅣ장재민 Jaemin Jang Bassㅣ박찬영 Chanyoung Park Mixed & Masteredㅣ유현진 ambiguous ArtworkㅣWNK Digital Publishing -> Warner Music Korea Co. Copyrightⓒ. 2024. Akashic Record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