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가요 다시부르기 7
유정이의 가요 이야기 : [바다의 꿈(해수욕장 풍경)] 2013년 7월, 바야흐로 여름입니다. 여름이면 산으로, 강으로, 들로, 바다로, 시원한 곳을 찾아가게 마련이지요. 여기에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노래 한 곡을 곁들인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일 겁니다. 여기 1930년대 우리나라 해수욕장의 풍경을 보여주는 노래가 있으니, 바로 '바다의 꿈', 일명 ‘해수욕장 풍경’이 그것입니다. '바다의 꿈'은 1939년에 조명암 작사, 박시춘 작곡, 이난영 노래로 오케 음반회사에서 음반번호 12263으로 발매되었어요. 보통 가수 ‘이난영’ 하면 정갈한 한복 차림으로 '목포의 눈물'과 같은 트로트를 부르는 모습을 떠올리는데요, 사실 광복 이전에 이난영의 음악적 행보를 보면 매우 다채로웠어요. 오늘날 우리가 트로트라고 지칭하는 노래는 물론이거니와 '별오돌독', '오대강타령' 등의 신민요, 그리고 '다방의 푸른 꿈', '바다의 꿈' 등과 같은 재즈송까지 불렀거든요. 이번에 리메이크한 스윙 리듬의 '바다의 꿈'도 ‘유행가’라 곡종명이 표기되어 있지만, 당시 서양 대중음악의 영향을 받아서 형성된 ‘재즈송’에 속하는 노래로 볼 수 있어요. 주지하다시피, ‘흔들거리다’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스윙(swing)은 재즈 연주에서 규칙적으로 되풀이되는 약동적인 리듬감을 뜻하고, 1930년대 중반에서 1940년대 초반까지 약 10년에 걸쳐 미국에서 성행한 재즈 연주 스타일을 지칭하지요. 원곡을 들어보면, 창법에서 스윙보다 트로트가 연상되기는 하지만 이난영이 부른 '바다의 꿈'도 스윙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게다가 이 노래를 우리나라 사람이 작사하고 작곡했으니, 우리나라는 재즈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미국과 거의 동시대의 음악을 향유했다고 볼 수 있죠. 이난영이 부른 '바다의 꿈'을 처음 들었을 때, 선율이 경쾌하고 가사가 재미있어서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어깨춤이 절로 나더군요. 노래를 들으며 1930년대 해수욕장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을 그려볼 수 있었죠. ‘아가씨’, ‘도련님’이라는 표현에서부터 ‘와이셔츠 바람’에 1930년대 멋쟁이의 상징이자 ‘해수욕장의 모자’로도 통하던 ‘맥고모자’ 등이 나오는 가사를 들으며 웃음이 나더군요. 사실 맨 처음에는 ‘일제강점기에 해수욕장이라니!’하며 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일제강점기의 해수욕장이 뜻밖이었고 그 풍경을 상상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자료를 찾아보고 해수욕장 풍경을 담고 있는 일제강점기 엽서를 보며, 우리나라 해수욕장의 역사를 짐작할 수 있었어요. 우리나라에는 1920년대에 이미 해수욕장이 있었고 1930년대에도 변산해수욕장, 송도해수욕장, 부안해수욕장, 포항해수욕장, 대천해수욕장 등이 있어서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장을 찾았더군요. 예를 들어, 동아일보 1920년 8월 14일자에는 “원산해수욕장에는 각지에서 모여드는 피서객이 답지(遝至)하여 극히 성황을 이룬다더라”와 같은 기사가 실렸고, 동아일보 1934년 7월 5일자에는 「때 만난 마산(馬山)월포(月浦)해수욕장(海水浴場)」이란 제목 아래, “여름의 바다는 젊은 남녀들의 마음을 떠들썩거리는 판인데 마산(馬山) 진해(鎭海) 해수욕장에도 벌써부터 남조선 각지에서 욕객이 모여드는 판이다”와 같은 기사가, 수영복을 입고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사진과 함께 실려 있더군요. 물론 이것이 당시 모든 사람들의 일상은 아니었을 거예요. 현재를 살고 있는 저만 하더라도 해수욕을 목적으로 해수욕장을 처음 찾은 것이 서른 살을 훨씬 넘어서였거든요. 이 또한 일반적인 일은 아니겠으나, 그만큼 많은 일들에 있어서 개인적 경험의 편차가 심한 거지요. 일제강점기에 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을 일반화시켜서 이해할 수 없으나, 당시에 해수욕장이 많았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리고 '바다의 꿈'은 바로 그러한 1930년대 해수욕장 풍경을 보여주고 있고요. 작년 여름 내내 이 노래에 빠져 있던 저는 그때 이 노래를 부르고 싶었으나 인연이 닿지 않았었어요. 다시 꼬박 1년을 기다려 2013년 여름에 드디어 '바다의 꿈'을 부르게 되었네요. 편곡은 ‘근대가요 다시 부르기5-'희망의 블루스'’를 편곡해주었던 부산예술대학교의 나진주 선생님께서 이번에도 해주었어요. 나진주 선생님을 위시하여 MR 녹음 프로듀싱을 담당한 재즈기타리스트 이광현 선생님, 그리고 트럼펫의 김일황 선생님은 모두 오랫동안 재즈 그룹 제이비(JayVee)에서 호흡을 맞춰온 분들이에요. 나진주 선생님은 '바다의 꿈'을 편곡할 때, 되도록 원곡을 재현하는 차원에서 음악적으로 원곡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3절까지의 가사도 모두 부를 수 있게 했고요. 다만 마이너스 조성의 예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원곡 '바다의 꿈'에 경쾌함을 더하기 위해 템포를 상대적으로 빠르게 했답니다. 제이비 팀 외에 프로듀싱 및 엔지니어링에 정기영 씨(2mail), 보컬 디렉팅에 최아름 씨, 믹싱에 장민철(Jstory) 씨, 마스터링에 도정회(사운드맥스) 씨, 디자인에 여동생 장유진이 수고해주었어요. 그리고 표지 이미지는 이번에도 저희 부친께서 잡지 신여성 1933년 7월호의 표지를 참고해서 그려주셨답니다. 이렇게 ‘근대가요 다시 부르기’ 일곱 번째 디지털 싱글도 완성했네요.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더운 여름, 어디선가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처럼, 부디 이 노래가 잠시나마 여러분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도움 주신 분들(Staff)] 제작 및 노래 : 장유정 편곡 및 피아노 : 나진주(부산예술대학교, JayVee) MR 녹음 프로듀싱 및 드럼 : 이광현(JayVee) 트럼펫 : 김일황(JayVee) 프로듀싱 및 엔지니어링 : 정기영(2mail, KBMA MUSIC) 보컬 디렉팅 : 최아름 믹싱 : 장민철(Jstory) 마스터링 : 도정회(사운드맥스) 표지 이미지 : 장봉기 디자인 : 장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