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가요 다시부르기 3
유정이의 가요 이야기 : <다방의 푸른 꿈>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려 본 경험이 있나요? 이미 떠나서 이제 내 곁에 없는 그 사람과의 추억을 곱씹으며 그저 홀로 앉아, 올 리 없는 그를 무작정 기다려 본 경험 말이에요. <커피 한 잔>도 신중현 선생님께서 다방에서 커피를 시켜 놓고 오지 않는 임을 기다린 경험을 토대로 만든 곡이라고 하던데요, <다방의 푸른 꿈>도 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떠난 그대를 그리워하고 지나간 옛 추억을 떠올리는 노래예요. 이 노래는 1939년에 조명암 작사, 김해송 작곡, 이난영의 노래로 오케 회사에서 음반 번호 12282로 발매되었어요. 이 곡을 작사한 조명암 씨는 박영호 씨와 더불어 광복 이전 대중가요 작사계의 거두였고요, 이난영의 씨의 남편이기도 했던 김해송 씨는 당시에 작곡자이자 가수로 종횡무진 했지요.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이난영 씨는 <다방의 푸른 꿈>과 같은 재즈송을 부를 때는 ‘꺽기’나 ‘흔들기’와 같은 기교를 가급적 배제한 채, 가성과 진성을 섞어가며 불렀어요.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블루지한 느낌과 가사가 참 마음에 와 닿았어요. 언제가 이 노래를 리메이크를 하게 된다면 원곡에 담겨 있는 일종의 ‘뽕끼’를 되도록 탈각시키고 블루지한 느낌을 한 번 살려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죠. 다행히 이번에 그 작업을 성사시킬 수 있었어요.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재즈 플루티스티인 이규재 선생님을 만나면서 이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죠. 이번 작업을 위해 결성된 프로젝트 밴드 ‘이규재 재즈 쿼텟’은 재즈 플루트에 이규재 선생님 이하, 드럼에 강세민 선생님, 콘트라 베이스에 이승하 선생님, 피아노에 이용현 선생님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모두들 현재 재즈 씬(scene)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분들이시죠. 이 곡의 편곡과 피아노를 담당한 이용현 선생님은 버클리 음악 대학에 다니는 재원으로 잠시 한국에 왔다가 이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이용현 선생님은 이 곡을 편곡하면서 블루지한 멜로디만 남긴 채 나머지 코드는 모두 현대적인 것으로 바꾸었어요. 그리고 노래의 가사에서 느껴지는 아련함을 강조하는데 초점을 맞추었지요. 거의 즉흥 연주로 이루어진 녹음 작업을 거쳐서 <다방의 푸른 꿈>은 ‘컨템퍼러리 재즈’로 재탄생하였어요. 이런 작업을 통해서 원곡의 애잔함과 현대적 감성의 세련됨이 어우러진 2012년도 판 <다방의 푸른 꿈>이 되었네요. 당시 가사지에는 1절의 ‘헤메는 마음’이 ‘헤메는 이 맘’으로, 2절의 ‘조으는 푸른 등불 아래’가 ‘저무는 푸른 등불 아래’로 표기되어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들어봐도 이난영씨는 ‘헤메는 마음’과 ‘조으는 푸른 등불’로 부르고 있더군요. 게다가 ‘저무는 푸른 등불’은 이상해도 ‘조으는 푸른 등불’은 괜찮거든요. ‘졸다’의 옛 표현이 ‘조을다’이고, 문학적으로 ‘조을다’란 표현이 자주 사용되었기에 ‘저무는 푸른 등불’보다 훨씬 자연스럽지요.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다방의 푸른 꿈>을 들으며 잠시 떠나간 그이를 추억하는 것은 어떨까요? 어쩌면 추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거로부터 전달된 선물인지도 모르겠어요. 세월이 가고 사랑이 가도 노래는 추억과 남아 때로 우리의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네요. 비록 때로는 시리고 아플지라도,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은 추억으로 남고 추억은 아름답게 기억되곤 하지요. 그리고 그 추억이 있기에 우리는 각박한 현실을 견딜 수 있는 지도 모르겠어요. 지금 여러분의 현실을 견디게 하는 추억은 무엇인지요? 제작 및 노래 : 장유정 편곡 및 피아노 : 이용현 재즈 플릇 : 이규재 드럼 : 강세민 콘트라베이스 : 이승하 녹음 및 믹싱 : 장민철(에반스 스튜디오) 마스터링 : 도정회(사운드 맥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