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는 이
강호에 병이 깊어 아랫목에 누웠더니 모국어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는지 혹은 영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는지 나란히 선택해 진학한 국어국문학과의 신입생 환영회에서 처음 만난 돈춘호와 가당찮은, 나름의 손익을 따져본 후 생활비를 아껴보겠다며 의기투합하여 얼마 되지 않는 월세를 반반 나누기로 하고 공동생활을 시작하지만, 게으른 습성 탓에 피어오르는 푸른곰팡이며, 소중한 라면 한 봉지를 결코 나누고 싶지 않다는 그릇된 식탐이며, 비좁은 왕자행거를 독차지하고 싶다는 공허한 권력욕 때문에 사사건건 반목하게 되고, 그럼에도 섰다와 훌라 등 건전한 전통유희를 통해 상호갈등을 해소하는 지혜를 익힘으로써 그럭저럭 함께 생활을 영위하던 중,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노름판의 배경음악으로 틀어놓곤 하던 상대의 음악 시디에 대해 이런저런 품평을 늘어놓던 끝에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급기야 질 낮은 미학적 논의를 벌이고, 그렇다면 아예 그 좋다는 음악을 직접 함께 해보자 하는 치기에 몇 편의 곡과 가사를 써서 당시 인심 좋던 동네 노래방에서 빌려온 마이크로 녹음하기에 이르니, 그로부터 느릿하지만 끈질기게 이어진 작업의 결과물들이 어느덧 이 같은 무게로 쌓인지라, 그 숱한 고민들을 쉬이 망각하지 말고 또한 그 성과를 세인들에게 소개하며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에 비루한 한 장의 음반을 내는 바, 음악이 술이라면 그대 이 술 한잔 받아보라, 북두성 기울여 청해수 부어내어 억만창생 다 취하게 만든 후에 비로소 또 한잔하리로다. 바다짐승 글 쓰고 읊은 이: 돈춘호, 가당찮 곡 쓰고 다듬은 이: 가당찮 이에는 이 글 쓰고 읊은 이: 돈춘호, 가당찮 곡 쓰고 다듬은 이: 가당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