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말: 노래로 만나는 만해 한용운
"100년 만에 노래로 태어난 만해 한용운의 시 7편" "만해의 시 [군말], [나룻배와 행인], [차라리], [고적한 밤], [알 수 없어요], [꿈과 근심], [길이 막혀]가 선율을 만나다." 1. 시작 만해 한용운의 시를 노래로 만드는 일명 '만해 프로젝트'는 2021년 6월에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되었다. 충남 홍성 내포문화관광진흥원의 한건택 원장님이 만해의 시를 노래로 만들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셨던 것이다. '과연 할 수 있을까?'와 '한번 해 보고 싶다.' 라는 상반된 감정이 가슴 속에서 분탕질을 쳤다. 문학 전공자이면서 대중음악을 연구한 내게 있어, 시를 노래로 만드는 작업은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정형화된 김소월의 시가 수 없이 노래로 만들어진 것과 달리, 만해의 시를 노래로 만든 것이 드문 것은 만해의 시가 정형적이지 않은 것과도 관련이 있었다. 즉 하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졌다. 2. 고민 하나 온라인상에 혼란스럽게 표기된 만해의 시 표기를 그대로 따를 수 없었다. 원래의 시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기 위해서 1926년에 회동서관에서 나온 만해의 시집 초판본 [님의 침묵]을 저본으로 하여 처음부터 시집을 읽고 또 읽었다. 시를 노래로 만드는 과정에서 그 시절의 표기와 현대어의 표기 사이에서 끝없이 고민하였다. 예를 들어, '님'은 '임'의 옛말이나 '임의 침묵'으로 읽거나 쓰는 것은 원래의 시를 해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님'을 '님'으로 쓰고 노래하였다. '기루다'도 '그리워하다'의 고어이나, 만해의 시에서 '기루다'는 종종 더 넓은 의미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기루다'라고 그대로 표기하고 노래했다. 그에 반해, '적은 별'처럼 크기를 적다고 한 경우에는 '작은'으로 바꿔 표기하고 노래했다. 모든 작업이 끝난 이 순간에도 어디까지 시적 허용으로 보고, 고어를 인정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3. 고민 둘 어떤 장르로 노래할 것인지도 고민이었다. 애초에 장르에 제한을 둔 것은 아니나 시를 노래로 만든 만큼 그 시를 잘 전달하는 데 치중하였다. 그러기 위해서 되도록 정확한 발음으로 부르기 위해 노력했고, 빠르지 않은 속도로 시의 분위기를 잘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만해 한용운은 독립운동가이자 승려이자 시인이었다. 그에 따라 그가 말하는 '님'은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그에게 '님'은 고국일 수도 있고 부처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임일 수도 있다. 어차피 시와 노래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 그것은 작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읽고 듣는 대중의 것이 된다. 만해의 시를 노래로 만들며 그의 시가 애절한 연애 시로 읽혔고 그에 따라 아름다운 선율에 노랫말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아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노래가 나오면 그 노래를 해석하는 것도 청자의 몫이다. 어느 하나가 아닌 다양한 의미로 노래를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4. 바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작업이 모두 끝났다. 2022년 6월 25일에 드디어 충남 홍성 한용운 생가지 앞에서 7곡을 초연했다. 초연에서 끝내지 않고 디지털 음원으로 만드는 작업으로 확장시킨 것은 그간의 작업들을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은 마음과 이 작업을 제대로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표지에서는 한용운 서체를 사용했다. 사용하고 보니, 마치 만해가 서명한 듯한 느낌이 들어서 만족스러웠다. 이제 만해의 시를 노래로 만드는 조금은 무모한 작업을 끝내며 만감이 교차한다. 약 1년 반 동안 진행된 이 작업에서 소중한 분을 수없이 만났다. 그분들 덕분에 이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결과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으니, 만해의 시를 노래로 만드는 그 시간은 '우리들의 아름다운 시간(우아시)'이었다. 최선을 다했으나 여전히 아쉬움이 크다. 게다가 결과물이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을지 말지도 알 수 없다. 그래도 혹여 누군가 들어주고 좋아해 준다면, 만해의 시를 한 번 더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준다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만해 선생이 보고 좋아해 주신다면 좋겠다. 과정 속에서 나는, 우리는 행복했고, 더러 상처받았던 어떤 마음들이 치유되었으므로 이미 받을 것을 다 받은 셈이다. 그래서 이 작업의 끝에서 감사와 사랑의 마음만 가득하다. [Album Credit] 1. [군말] ((Un)necessary words) (장유정 작곡, 어수 편곡) (Title2) 2. [나룻배와 행인] (Sailboat And Passerby) (장유정 작곡, 어수 편곡) (Title1) 3. [차라리] (What If) (장유정 작곡, 어수 편곡) 4. [고적한 밤] (A Lonesome Night) (장유정 작곡, 어수 편곡) 5. [알 수 없어요] (Don't Know Why) (김규년 작곡, 김규년 편곡) (Title3) 6. [꿈과 근심] (Wishful) (장유정 작곡, 어수 편곡) 7. [길이 막혀] (Unreachable) (어수 작곡, 어수 편곡) (Title4) Executive Producer & Vocal 장유정 Music Producer & Piano 어수(뮤즈와인드사운드) Vocal Directing 김톱(뮤즈와인드사운드) Guitar 김규년(디에이드) Drums 주화준 String Arranged by 어수 Midi Programming by 어수 Recording / Mixing / Mastering 송정욱(로드뮤직) Cover Designed by 조효성 Special Thanks to 김수진, 김영구, 김이플, 김창현, 박덕규, 박성만, 이원석, 임희주, 한건택, 홍성문화원